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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기원 (The Origin of Words)

 

영어, 그리고 불어 단어와, 유럽에서 쓰이는 언어들은 그들끼리 서로 비슷하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나는 영자신문을 읽을 때에 어휘력의 부족을 느껴 고급단어집을 꺼내어 외우기 시작하다가, 그중 상당수가 프랑스어랑 유사한 뜻을 갖고 있음을 발견하고는 매우 신기해하게 되었다. 이들은 시기에 따라, 예전에 불어로부터 차용되어 현재 불어에서는 '고어'로 분류되고 있는 말, 또 최근에 차용되어 현재도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는 단어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한편 양 언어에서 현재 모두 쓰이고 있는 말이지만, 양 언어권에서 그 단어에 대해 가지는 주된 뜻이 다른 단어들도 있다.

 우선 예전에 불어로부터 외래어로 차용된 것으로 보이는 경우를 보자.

 miscreant () : 악한, 신앙심이 없는

 위 단어와 유사한 철자의 단어를 프랑스어 사전에서 찾아보면 mécréant (, 옛날 말) 라는 단어(현재는 irréligieux 라는 말을 주로 씀)가 나오는데, 그 어근이 '믿다'라는 뜻의 croire 에서 왔음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me-는 없다는 뜻의 mis-와 생김새가 비슷하다. 예전에 차용된 이후로 영어에서는 단어의 형태가 mecreant > miscreant로 바뀌고 뜻은 유지되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참고로 위 단어의 본 뜻은, croire에서 알 수 있듯이, 무언가를 믿지 않는, 즉 그게 중세에 중요하고 절대적 가치였던 ''이라면, '신앙심이 없는' 이라는 것이겠다. 이후 이 단어의 외연이 확장되면서 신앙심이 없으므로 신의 의지에 빗나간 일을 하게 되어 '사악한' 이라는 뜻도 부차적 의미로 갖게 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영어의 고급단어(GRE )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 즉 프랑스어 단어를 차용한 것이라는 표시가 있는 경우가 왕왕 있다. 이 경우 동 단어는 불어에서도 현재 쓰이고 있는 단어이다. 생각건대, 우리가 배운 쉬운 단어들이 원래 있고, 거기에 더해 영미권의 화자들이 불어단어를 차용해 씀으로써 그것이 외래어로서 영미 언어권에 추가되면서 그들의 어휘를 늘려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런 차용이 언제 되었느냐에 따라, 그 단어들은 현재 프랑스어에서 쓰고 있는 단어일 수도 있고, 고어나 사어일 수도 있다.

 현재 영어와 불어에서 동시에 같은 단어가 쓰이고 있는 예를 하나 더 들어보자.

 demarcation () 이란 단어가 있다. 사전을 찾으면 경계 획정, 구분, 구획이라고 나오며, [] 이라는 기호로 프랑스어에서 차용한 외래어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를 불어사전에서 찾으면 역시 démarcation entre l'exécutif et le législatif 이라는 예문('행정과 입법의 분리'라는 뜻)과 함께(accent은 붙었지만), 같은 뜻으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tourniquet 이라는 단어를 보면, 이 단어는 현재 영,불 양측 언어의 사전에 모두 실려있다. 그런데 그 주된 뜻이 다르다. 본래 그 단어는 불어에서는 도는 모든 것, 즉 회전문, 창의 걸쇠, 회전 장난감(바람개비 등), 지혈대 등에 쓰이나, 영어에서는 이제 거의 '지혈대'라는 의미로만 쓰인다. 예전에 회전문이 생기기 이전에 지혈대라는 의미로 영어로 건너왔다가, 영어에서는 그 의미가 확장되지 않았으나, 불어에서는 '돌아가는 모든 것'에 대해 그 단어가 적용되어 널리 쓰이게 되었다고 감히 유추해 본다.

 어근으로 분석해 볼 때, tourn-i-quet 에서는 quet'작은 것' (. diskette에서의 kette)을 뜻하고, tourn'turn', 즉 돌다(불어에서는 tourne)라는 뜻으로, 가운데 i는 발음상([톤켓] 하면 불편하니까) 넣은 것으로 본다면, '도는 작은 것'인 지혈대라는 의미로 매우 적절한 조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회전문보다는 지혈대가 훨씬 더 낮은 수준의 기술을 요하는 도구이니, 지혈대가 훨씬 먼저 생겼고, 그 단어의 외연이 프랑스어권에서는 확장되었다고 생각된다. 참고로 이런 어근은 여러 언어에서 발견된다. 학창시절 배웠던 ‘Torna a Surriento (돌아오라 소렌토로)’라는 이탈리아 가곡에서 돌아오라라는 뜻의 Touna, 그리고 역시 영어에서도 쓰이고 있는 스페인어 어원의 Tornado (뱅뱅 도는 바람, 돌풍), 그리고 우리말에서다. 돌고 있다’, ‘돈다라는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위의 지혈대라는 단어를 외울 때 어렵다면 도니께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웃자고 한 말이지만, 영어와 불어 단어 공부를 할 때 둘이 서로 동전의 양면이자, 상호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두 언어를 동시에 공부할 때 있어서의 단어공부의 부담을 어느 정도는 덜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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