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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외국의 유명대학에서 2주간 실해석학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세계의 명문대에서 모인 외국인과 수학 수업을 듣기는 처음이라 신선했고 나름 힘든 경험이었는데 잊을까봐 남긴다.


우선 그들은 수업에 적극적이다. 예습도 하는 것 같고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내용을 자기것으로 만들려 늘 노력한다. 우리도 성실하다고 하지만 외국인의 성실함에 비할 수가 있을까. 성실이란 시간이나 시험을 고득점 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들은 수업내용을 내재화해서 자기의 통찰과 수업내용을 일치시킨다. 그래서 수학문제를 함께 풀 때도 뭔가 이쁘게 적고 차근히 푼다기 보다는 마구 낙서하듯이 하는데 말하면서 자기 생각을 그대로 표현하고 듣고 바로 반응한다. 거기서 실시간 협업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아침에 밥 먹으면서도 그들은 책을 펴고 예습한다. 주말에도 예외없다. 그들은 목표를 갖고 끝없이 의문을 가지고 수학적 정리나 정의가 무슨 함의를 가지는지, 무엇에 쓰일지를 생각한다.


그리고 질문에 적극적이다. 교수님의 틀린 점도 적극 지적하여 수업에 기여하고, 긴 질문, 창의적인 질문, 틀에 벗어난 생각을 해서 교수가 수업진도가 늦어지기까지 하지만 이를 개의치 않는다. 교수가 한 내용이 절대적이라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은 증명법은 없을지까지 고민하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


위의 태도 때문인지 성장이 빠르다. 처음에 기초적 내용도 모르던 친구가 정의 정리를 철저히 생각하고 공부하더니 나중에는 인사이트 있는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 서양의 교육이란 대체 어떤 것이길래 사람을 이렇게 급성장하게 하는가 생각했다. 뭔가 격물치지라는 옛 성현의 가르침대로 끝까지 원리를 파헤치고 나면 연관된 것은 금방 금방 옮겨가고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내재화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나도 나중에 유학을 가게 된다면 어드미션 받는 것에 집중하기 이전에 평생 내가 갈 길을 알아보고 설계하면서 내공을 기를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단순히 모양만 내고 시험만 통과하는게 아니라, 훈련과 연습 적용을 통한 실제적 능력을 배양하여 나중에 학업을 할 때나 아니면 일을 할 때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여 어딘가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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